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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Insu-你

象山国际艺术区, Hangzhou, China

2015.6.22 - 6.27

To Insu-你_Video_00:09:22_2015

Director. Lee Kyeonghee

Writer. Lee Kyeonghee

Sponsor. Daegu Culture Foundation

인수에게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바닥에 그어져 있는 선들을 보고 있었어. 선들은 넓고 평평한 잘 정돈된 바닥에 균일하고 일정한 두께로 포물선을 그리며 내 눈 앞에서 움직이듯 서있는 거야. 바닥의 고요함 속에서 포물선이 마치 움직이는 것 같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인수야.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게 얼마만인지. 너와의 기억은 내 기억 저 바닥끝에 가라앉아 미동도 하지 않는. 이제는 그렇게 검고 무겁다고 생각했는데.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몸통을 흔드는 동안 내 바닥 한 켠도 덜컥거렸나봐. 매일 스쳐가는 이곳의 풍경에서 너를 찾기 위해 여기에 왔어. 지난날, 내가 너를. 반복되는 불통 속에서 너는 나를. 끝내 외롭게 했다 할지라도.

 

 흐릿해진 기억 속에 얼굴을 묻고, 다시 너를 떠올려 봤어. 너의 손가락과 흩어지는 머리카락 사이로 내가 바라보았던 것들. 너의 고른 숨, 적막한 피부. 그 아래로 비치던 뼈와 너의 피. 그 속에서 선명하게 비쳐 보이던 것들. 우리가 했던 말들. 수많은 재잘거림. 때로는 말이 되지 못했던 다른 언어들. 그들이 가리켰던 것들. 그 모든 것을 생각해. 이곳에서 너는 수많은 다른 사람이 되거나 때론 커튼이 되거나, 차가운 불상이 되거나 그래. 때론 내뱉는 숨처럼 살갑고, 때론 도로를 달리는 차들처럼 무심하게 다가오더라. 너는 내가 되고, 수많은 다른 것들이 되는 걸 지금 이곳에서 보고 있어.

 

 나는 이제 바람에 흩어지며 어디에나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모든 곳에 닿을 수 있는 먼지처럼 살고 싶어. 우리가 그토록 함께 말하던 어떤 것을 향해. 네가 되어버린 모든 것을 향해 가는 것 말이야.

 

 

 2015년 5월. 어쩌면 그때, 그리고 지금까지도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을 너에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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