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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상설갤러리

K-를 찾아서

 

2016.10.27 - 11.27

Andong Art Center

artist An Do hyena, Kim tae hyeong, Lee Kyeonghee, Chun gyun sung

K- 를 찾아서

 

분명 문화라는 것은 산업과 연결 지을 수 없는 문화 그 자체만의 토지가 있다. 즉, 원하는 것과 제공되는 것이 반드시 일치해야 돌아가는 톱니바퀴에 속하지 않는, 그 자신 만의 고유한 영역을 말하는 것이다. 허나 문화와 산업, 문화와 관광이 혼용되어 정체를 잃어버린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문화는 자본과 산업의 거대한 틀 속에서 돌아가는 하나의 톱니바퀴가 되어버렸다.

 

이 전시는 최근 일명 K라는 이니셜로 대표되는 한국의 문화현상에 관한 네 작가의 의문에서 시작한다. K-Pop, K-Brand, K-Food, K-Meal, K-Culture, K-Sports, K-Sprit등 모든 단어 앞에 자리한 대문자 K는 한국을 영어로 표기한 Korea의 약자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줄어든 글자 수 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공백은 무엇 때문인가? K-Pop으로 시작된 한국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하지만 K라는 옷을 입고 만방에 소개되는 우리의 문화를 볼 때, 뿌듯함 이면에 번져오는 낯 뜨거움을 우리는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혹시 K란 존재하지 않거나, 그저 일회용 우산이나, 분갈이 화분과 같은 것은 아닐까? 혹은 K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안일함과 무심함 속에 던져지는 폭력과 같이 K는 그 주체인 자신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그저 증식되며 폭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기 K를 향한 질문을 품은 네 명의 작가들은 한국의 K-City, 안동이라는 토양에서 K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작가들은 전시를 준비하는 한 달여간의 시간 동안 안동 곳곳을 누비며 K의 흔적을 추적해왔다. 경상도의 물 허리 낙동강 기슭에서, 자그마한 아이들이 떠나버린 시골의 폐교에서, 안동을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의 배낭에서, 흙먼지 가득한 현관 매트 위에서 그들은 K의 희미한 흔적을, 거대한 톱니바퀴 속에서도 감춰질 수 없었던 K의 토양을 말하려 한다. 그리고 네 작가들의 이러한 시도가 소비와 생산의 흐름에 유순히 순행할 수 없는 문화를 향한, 거울과 같이 문화 이면에 비춰지는 우리 자신을 향해 던지는 또 하나의 질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경희

어서오십시오 -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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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엾은 박쥐여, 단채널비디오, 00:13:10, 2016

 

 2016년 안동의 한 사무실에서 멸종위기의 박쥐가 출현했다는 뉴스가 방송되었다. 보통 박쥐는 산기슭이나 국립공원과 같은 곳에서 종종 발견 된 적은 있었지만, 사람들이 많은 주택가 일대에서 발견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내용의 뉴스였다. 일찍이 민족시인 이육사는 ‘편복’이라는 시에서 박쥐를 일제치하에 있던 우리 민족에 빗대어 민족의 정체를 잃은 가엾은 존재로서 표현했다. 이 시에서 영영 어두운 동굴 속으로 사라져 버렸던 박쥐는 2016년 안동의 한 고적한 주택가 가로등 아래에서 잠을 깬다. 그는 하루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안동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단 하루의 안동을 경험한다. 그는 그가 겪은 단 하루의 일상을 통해 긴 세월 정체 없음으로 손가락질 받던 자신의 존재에 대해, 변하지 않았지만 변해버린 것, 변해버렸지만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조용히 생각해본다.

 때론 그저 수평적으로 땅을 둘러보는 반복적인 행위가 우리가 깨닫지 못한 무언가를 드러낼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단 하루의 압축된 경험이 예상치 못한 감상을 남기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는다. 그들에게 단 하루의 경험은 이 곳의 모든 것으로 남겨지기도 한다. 박쥐의 하루가 단순히 한 마리의 박쥐가 겪은 하루의 모습이라고 그 누가 확신할 수 있겠는가. 그 박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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